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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한 요즘 혹은 고민의 시간

요즘 들어 내가 참 나이에 비해 어리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건 보통, 주위 사람들이 기준이 된다.

친구 하나는 결혼을 했다. 또 한 친구는 할 예정이다. 난 사실 실감이 안나고, 그들의 생활이란 나와 다를 것이라는 것만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그저 멍-하다. 결혼이란 어느 정도 성숙한 연령에 이른 사람이 자신의 짝을 만나 평생을 기약하는 것이라고 막연한 생각을 했으며, 내 삶에 있어서는 아주 먼 얘기였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의 경험연령은 아직 결혼할 나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주위의 친구들이 결혼을 하다보니, 아-그런가, 이제 그런 나이가 왔나? 하며 다시 또 멍-.

내가 현실에 참 무지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제 그것을 나이가 어려서란 핑계를 댈 수 없다는 것을 느낄 때, 내가 적은 나이가 아니구나란 생각을 한다. 어디가서 무지를 드러냈다가는, 그 나이까지 뭐했니란 말이 날아올까 두렵기도 한 것이다. 물론 이건 문학에도 해당된다. 나이가 어려서 아는 것보다 배워야 할 것이 더 많다란 핑계가 예전엔 당당(?)했다면, 이젠 부끄러운 것이다. 물론 배우는 거야 평생 배우는 것이지만, 내가 말하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것을 말하는 것이다. 뭐했나 싶으면서, 멍-.

최근에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솔직히 깜짝 놀랐다. 지금 비슷한 소재의 소설을 읽고 있는 중인데, 내가 텍스트 내에서만 그 소재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 이래서 내가 어린가보다는 생각을 촉발하는 계기가 된다. 그건 분명 현실의 문제일터인데, 난 그 소재에 대해 모기 눈물만큼도 알지 못하면서, 거기에 대해 썰을 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글을 쓰게 되면, 그 문제에 대해 깊이 파고들어야 할 것이다. 이건 기본 자세이지. 근데? 문제는 그 사회적 문제거리가 나에겐 '글을 쓰기 위해'로만 수렴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쓰지도 않았으며, 앞으로 쓸지 안쓸지 모르겠지만) 물론, 내가 하고 싶은 것은 '글쓰기'다. 다른 것은 차후문제였다. 그런데, 요즘의 나는 온통 헝크러져 있다. 헝크러진 채, 멍-.

멍한 상태가 요즘의 나이다. 요즘의 나는 '나'란 인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데, 위에 말한 것들이 그것의 일부이다. 그런데, 멍-한 것은, 내가 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나'란 인간은 어느새 지워진 것 같기도 하고, 숨긴것 같기도 하고, 애초에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란 인간이 또 다른 '나'로 '분화'하고 있는 시점인 걸까.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사유들을 만나면서. 그래서 '나'는 카오스의 상태이기에 멍한 것일까. 어찌보면, 어린 나이가 아닌 내가, 새로운 사유를 받아들이기 위해 진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미 '굳은' 내 사유를 출렁이게 하기 위해서.

이런 류의 넋두리가 그렇듯이, 답은 없다.


by 설안 | 2008/06/14 01:46 | 일기 그리고.. | 트랙백(3)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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