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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태, 이미테이션, 문학과 사회, 2009년 겨울호. 소설의 시작은 평범하다. 게리라는 혼혈인(?)은 미국 로컬 스쿨을 그대로 옮긴 학원에서 원어민 강사로 일한다. 더 많은 학생을 유치하기 위하여, 원장과 미예, 게리는 하나의 연극을 벌인다. 초등학교 때부터 원어민 강사에게 가르치려고 하고,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학원 등의 사교육 시장의 모습을 그려냈다는 것은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문제의 형상화라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 문제적인 것은 이 게리라는 인물의 정체성이다. 게리는 한국인이다. 한국인인데, 혼혈인의 외모를 가진 한국인이다. 그의 부모는 “오리지널 한국인”인데도 불구하고, 그는 “다국적인 외모”를 갖고 있다. 단일민족국가를 표방하는 한국에서, 이 외모는 그의 소년시대를 뿌리 찾기에 열중하게 하고, 오해로 얼룩지게 했다. 그는 국사 시간에 ‘단일민족국가’라는 말을 읽을 수 없었다. 그의 행동을 반항으로 오해한 국사 선생은 그를 벌주고 반성문을 쓰게 한다. 그 과정에서 국사선생은 그를 혼혈이라 오해하고 혼혈이면 더 독심을 품고 잘해야 하며, 민족은 핏줄이 아니라 가슴에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민족은 핏줄이 아니라 가슴에 있다는 것은 민족이란 이름으로 비한국인을 한국인으로 포섭하는 논리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 포섭에는 ‘너는 한국인이 아니다’라는 배제의 논리가 포함되어 있다. 게리는 국사 수업의 사건 이후, 혼혈인으로 살아가기로 마음먹는다. 한국인이지만, 외모 때문에 혼혈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제 그는 자신의 ‘원판’을 게리 워커 존슨이라는 혼혈인으로 삼고, 그를 모방 ․ 모조한다. 란셀 백이 이미테이션과 오리지널이 구분 안 가듯, 게리 워커 존슨을 모방한 후 그는 게리의 삶을 살고 그것이 그의 삶을 더 편하게 만든다. 이렇게 그를 혼혈인으로 살아가게 만든 배제의 원리는 국방의 의무에 가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외모로 인해 군대에서 고생할 것을 배려한 혼혈인 병역복무면제 조항은 외모만 혼혈인 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는 ‘오리지널 혼혈인’이 아닌 ‘이미테이션 혼혈인’인 것이다. 그는 ‘오리지널 한국인’도 아니며 ‘오리지널 혼혈인’도 아닌 이중의 ‘이미테이션’적 존재로 이중의 배제를 받는다. 이 이중의 배제에서 그는 ‘이미테이션’의 삶을 선택한다. 이미테이션 백을 오리지널인 것처럼 매고 다니는 세상이다. 아니 오리지널이 이미테이션일 수 있단 심증이 있어도 묵인된다. 게리도 서울을 모방한 ‘인공의 도시’에서 이미테이션의 삶을 산다. 그것이 그의 자리이다. 원장은 게리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를 원어민 강사로 둔갑시키고 모종의 합의를 본다. 게리의 짝퉁 삶은 그 자신의 선택이지만 자본주의와 민족주의가 결합한 국가의 포섭과 배제의 논리 안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 이것이 이 소설이 근본적으로 던지는 물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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