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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사회 2010년 여름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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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 <세이렌의 노래>
김성중, <게발 선인장>
구병모, <마치 …… 같은 이야기>
(선택, 젊은 소설) 이은선, <카펫>  



<세이렌의 노래>는 용산 참사를 정찬 특유의 글쓰기로 그려내고 있다. 그리스 신화의 트로이 목마 일화를 빌어와 용산사태를 알레고리적으로 그려낸다. 혼몽 속에서 '피의 노래'를 듣고 깬 영웅 오디세우스의 목소리를 빌어, 용산참사가 재구성된다. 용산4구역에서 도시와 푸른 망루의 사람들이 대립하고, 도시가 만든 트로이의 목마가 푸른 망루의 사람들을 공격한다.(고 오디세우스는 본다) 용산 사태의 사실 자체의 기록이 오디세우스의 목소리와 인식을 통해 전달되면서, 사건과 일정한 거리가 확보되고 보편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도시, 푸른 망루, 트로이 목마, 세이렌의 노래, 푸른 망루라는 알레고리는 단순하게 엮이되,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지도 않고 있다.(역시 중견작가다운 구성력이 보인다.) 트로이 목마 이야기를 우리는 그리스의 승리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오디세우스는 트로이목마를 통한 공격을 "학살"이라고 부르고 있다. 또한, 도시가 트로이 목마를 통해 '피의 노래'를, 용산 사람들이 진실을 말하는 세이렌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하는 점에서 작가의 지향점이 드러난다. 오디세우스를 내세움으로써 얻는 보편성의 획득은 높이 쳐줄만 하지만, 결말의 "푸른 집으로 귀가하는 꿈"(98)이란 표현은 너무 문학적이란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2009년 등단한 신인인 구병모의 <마치 …… 같은 이야기> 또한 알레고리의 형식으로 이명박정권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3년전의 내전 이후 황폐화된 S시를 찾아가려던 시인은 도시의 초입에 해당하는 '마치'라는 간판이 적힌 술집에 들어선다. 이곳에서 S시에서 합리적인 일처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비유법을 금지시켰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당연하게 연극, 공연, 도서관 같은 문화 장소가 사라지게 되고 드라마나 코미디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건설업체, 은행, 다큐멘터리가 채우게 된다. 그런데 이것은 표면적 이유이고, 진짜 이유는 시장의 별명이 어느 순간 "미무르"란 혐오스런 동물로 알려지고, "미무르"하면 곧 시장을 가리키는 말이 되면서 그 말 자체를 못쓰게 막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설의 설정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을 바로 떠오르게 하면서 일종의 언어 유희를 자아낸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다만 유희로 끝나지 않고, "언어의 힘"에 대한 사유를 보여주고 있단 점이다.(따라서, 주인공을 시인으로 내세운 것은 당연하다.)  

<게발 선인장>은 종교를 넘어선 믿음의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 사이비 종교인 일주교는 한 명의 교주와 한 명의 교도, 한명의 배교자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인물은 한 명의 교도인 할머니이다. 젊은 나이에 병이 들어 산속에서 수련을 하다가 신을 만난 교주는 이미 자신이 '신'이 된 것에 대한 회의를 품은 지 오래이고, 세속적인 생활을 영위한다.ㅁ 사실 외부에서 보기에 갈데없는 노인인 교주가 할머니에 빌붙어 사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할머니는 어리석을 정도로 교주를 떠받들며 선행을 실천한다. 할머니는 이러한 교주가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도록 설득한다. 신의 자리에서 내려오고자 하는 교주는 교도인 할머니 때문에 그렇지 못한다. 한편, 이 동네에 교회를 연 목사는 분양권 때문인 것으로 밝혀지고, 교주와 배교자는 재건축 대상인 할머니 집의 분양권을 빼돌리고 밤도망을 간다. 누가봐도 미련해보이는 할머니는  "품위 있게, 노년 궁핍의 삶"으로 들어갔다.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무겁고 철학적인 주제를 삶의 문제로 녹여낸 작품이었다. 

한국작가가 '한국'을 넘어선 소설을 쓸 때 그것은 여행기 정도로 떨어지기 쉽상이다. 문제의식이 사라지고 이국적인 감상을 전달해줄 뿐 독자에게 어떤 자극도 되지 못한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설 때 진정으로 '한국'을 넘어선 열린 소설이 될 터이다. 이은선의 <카펫>은 아랄해의 재앙을 지금-여기로 불러낸다. 한국의 생태조사팀으로 갔다가 낙오된 여자와 오염된 물로 목이 붓는 병에 걸린 슈흐랏의 만남은 한국을 넘어선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이번 문사 소설들은 현실의 문제를 건드리되, 각자의 방법으로 그려내고 있다. 자칫하면 현실 비판만 남을 수 있는 문제들이 언어의 힘, 사유의 힘과 만나 문학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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